Page 271 - 나무이야기여행_1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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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웅보가 심은 팽나무, 강변의 유산이 되다
문순태(文淳太)의 대표적인 소설이자 영산강 문학의 백미인 ‘타오르는 강’은 구한말과
일제시대에 영산강이란 무대에서 펼쳐진 농민들의 삶과 투쟁을 다룬 대하소설입니다.
이 소설에는 주인공 외에 여러 인물이 등장하여 줄거리를 이어가는데 그곳에는 그들과
함께 한 나무들도 등장합니다. 이제 등장인물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그 유산만
남아있지만, 주인공들과 함께한 나무들은 아직도 이곳저곳에 남아서 그 시대의 애환과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어요.
이 소설작품에 대한 의의는 19세기 말부터 전개된 근대 격동기를 배경으로 피지배층인
노비들이 어떻게 역사적 주체로서 성장해 나가는 지를 보여주는 대하소설이란 점입니다.
구한말의 역사적 격동기에 하층 신분이라는 질곡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수난과 역경을
극복한 노비들이 역사의 주인이 되는 민중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다룬 점에서 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이 대하소설은 영산강 지류인 거친 새끼내에 억척스레
정착한 호남 민중들의 서사를 한국 근대 민중의 서사로 승화하는 과정과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평가받는답니다.
웅보가 동생 대불이 및 농민들과 정착한 새끼내는 작은 지천을 순 우리말로 부르는
이름입니다. 새끼내는 세지면 벽산리 벽류정의 보호수들을 끼고 남에서 북으로 흘러온
만봉천을 그 당시에 부르던 이름이지요. 이 새끼내는 겨울철 건기에는 영산포 이창동에서
영산강으로 실개천처럼 흘러듭니다. 그러나 저지대인 이곳은 큰비가 내리면 수시로 홍수의
피해를 크게 입어요. 새끼내는 거친 탁류가 21세기가 되도록까지 무시로 집어삼켰던
곳인데 소설 속에서도 홍수 피해로 농민들은 그곳을 포기하는 장면도 나오지요. 이런
저지대라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하여, 현재는 이곳에 물을 관리하는 하수도사업소가 자리
잡고 있어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새끼내 팽나무는 노거수 49호로서 하수도사업소 정문 직전의 만봉천변에 위치 합니다.
꼭 가로수처럼 길가에 심어졌는데 이곳은 150년 전 웅보가 20년생의 팽나무를 정착기념과
토지소유 개념으로 심었던 강둑에 해당하지요. 웅보네 팽나무 곁에 동생 대불이의
팽나무도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나무는 품격과 수형이 아주 우수한데 겨울
나목도 품위와 균형미를 보여줍니다.
이곳 팽나무들은 노비에서 해방된 웅보가 동생 및 노비 형제들과 함께 새끼내의 버려진
하천부지를 개척할 때 겪었던 고난을 다 지켜 보았습니다. 한말에 악덕 양반 지주에게
수탈당한 웅보네의 참상과 억척스런 삶을 목격했던 이 팽나무는 이제는 초월한듯 그
자리에서 옛이야기를 속삭이는 듯 합니다.
제7장 ‘타오르는 강’의 무대가 된 영산강변의 나무들 2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