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3 - 나무이야기여행_18절
P. 273
영산포 체육공원은 영산강 정비사업에 의해 지금은 체육공원으로 깔끔하게 정비되어
나주시민의 사랑을 잔뜩 받고 있습니다. 한때는 가난한 농민들이 수해와 홍수의 위험을
무릅쓰고 농사를 짓기도 했었고, 그 이후에는 야채꽃밭으로 조성되어 시민들이 봄철에는
노란 꽃길을 걷기도 했었지요. 이제는 체육공원으로 변경되어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건강을 챙기는 장소가 되었답니다. 2023년 가을에는 나주시가 그간 흩어져 있던 여러 축제를
통합하여 이름 그대로 ‘나주축제’를 개최하였습니다. 둔치가 넓어서 관광객들이 몰려 들어도
비좁은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여유가 있는 둔치공원이 참으로 넉넉했답니다.
그간 나주와 영산포의 축제에는 ‘타오르는 강’이란 대하소설을 쓴 문순태 작가를
초청하여 영산강의 의미와 역사를 재조명하는 행사를 늘 가졌답니다. 나주축제가 열린
영산포체육공원은 영산교 좌편에 위치하는데 영산강 강가 가까이 주무대가 설치되었습니다.
축포가 온 하늘을 순간 밝게 비출 때 그 아래 ‘타오르는 강’의 무대도 일순간 눈앞에 스치고
지나간 것은 그곳이 그 소설 속의 현장이기 때문이었어요. 그 소설 속 무대는 이제는 영산강
건너편의 홍어거리 일대가 되었습니다. 영산강체육공원의 둔치에서 강 건너편을 멀리
쳐다보면 강안의 나지막한 언덕에 솟아난 서너 개의 숲정이를 볼 수 있어요. 즉, 볼록 솟은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어요. 부드럽게 흘러가는 스카이라인에 숲정이가 드문드문 입체감을
덧입혀주니 참으로 아름다운 강변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은 태평성대이고 우리가
선진국에서 사는 만큼 영산강과 강변을 이렇게 수려하게 가꿔 놓고 평화로운 시절을 살고
있으니 참으로 축복받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번영된 자주독립국가를 세우기
전에는, 그리고 망국 직전인 조선말기의 학정과 폐정으로 인하여 백성들이 고난을 겪었던
시절에는 영산강은 유유히 흘러가는 평온한 강이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타오르는
강’이었지요. 그래서 수탈당한 영산강가의 백성들은 분노하였고 토지를 강탈당한 농민들은
소설 속에서도 등장한 ‘궁삼면 토지사건’처럼 투쟁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이때 영산강가의
오래 된 나무들도 백성들의 애환과 고난의 역사를 지켜보았습니다. 풍요로운 오늘날을 사는
우리들은 그때 고난을 함께 겪었던 역사를 품은 나무에 경외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요.
영산강 건너 남쪽 강안의 숲정이 가운데 영산교 우측에서 두 번째 숲정이는
나주시립도서관 옆 대나무밭에서 자란 팽나무가 주된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표고상 바로 그
아래에서는 영산홍가의 상징목인 태산목이 숲정이 아랫부분을 짙은 녹색으로 떠받들고
있지요. 영산홍가의 주인은 타오르는 강에도 나오는 태산목을 보호하기 위해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군요. 어떤 보이지 않는 인연에 의한 것인지는 몰라도 역사를 품은 소중한 나무는
저절로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그 가치를 절로 드러냅니다. 우연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있는 듯하여 묘한 느낌을 감출 수 없군요.
제7장 ‘타오르는 강’의 무대가 된 영산강변의 나무들 2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