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5 - 나무이야기여행_1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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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화려했던 수관은 사라져도 억센 줄기는 생명력을 보이다
영산포의 유명 카페인 영산나루의 보호수 팽나무는 대저택 큰 마당에서 위엄을 보며
맛집을 찾는 이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과거에 동양척식회사 나주지점이었던 이곳은
아직도 ‘동양척식주식회 문서고 1916’이라는 간판과 붉은 벽돌건물이 다크투어리즘으로
남아있습니다. 이곳 팽나무는 ‘영산나루’라는 상호를 가진 복합문화공간의 앞마당에
위치하여 시인성과 심미성이 각별했었습니다. 그래서 초창기에 고급 레스토랑으로
개업했을 때 그 인기가 대단했었지요. “영산나루는 ‘문화관광부 선정 테마여행 10선
남도의 문화예술 공간입니다’”라는 안내 간판을 걸어둔 적도 있었습니다. 과거에
풍치목이었던 이 팽나무는 둘레가 3.6m나 됩니다. 수년 전엔 그 수관이 위용을
자랑했었지요. 그래서 품격 있는 나무를 사랑하는 방문객들에겐 럭셔리한 내부 시설과
음식맛보다 이곳의 보호수가 압권이었지요.
그러나 근년에 큰 가지가 잘리었지만 그래도 봄에 새순이 돋는 기세가 왕성하니
생명력에는 경외심이 들는군요. 자연 그대로 두고 대형 통유리를 통해 사시사철 실내에서
차경을 즐기는 것도 큰 호사였는데 참으로 아쉽군요.
이곳 300살 팽나무를 찾아가는 길은 구 영산포역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영산포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후 영산포철도공원으로 바뀐 곳에서 일단 영산교를
건너야 합니다. 다리를 건너 주요 홍어거리인 좌측 대신 우측으로 꺾으면 바로 강변에
영산강 황포돛배나루터와 영산강 등대가 나옵니다. 영산강 등대는 국내 유일의 내륙
등대인데 영산강의 가항종점인 영산포 선창에 1915년에 건립되었지요. 황포돛배
나룻터와 같이 있는데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게 됩니다. 등대에서 강둑을 따라
300m를 더 들어가면 좌측에 보호수가 있는 ‘영산나루’가 나옵니다. 부속건물 ‘성류정’은
1세기의 역사를 가진 일본식 전통가옥을 개조한 전통찻집입니다. 이곳 마루에서는 영암
월출산 풍광이 먼 산으로 가물거린답니다. 전통찻집이라 앤티크 가구와 한국 전통의
가구가 어우러진 동서양이 조화로운 공간이지요.
이곳 팽나무는 문순태 소설 ‘타오르는 강’의 주무대인 새끼내 근처에 위치합니다.
그래서 큰 가지가 무자비하게 잘린 팽나무가 겪은 고통은 150년 전 주인공 웅보가
새끼내에서 수족을 잃으면서 겪었던 고통과 같았을 것입니다. 웅보 일행의 참상을
목격했던 이 팽나무는 그들의 처참한 운명이 1세기가 지난 오늘날 자신의 것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겁니다. 하여간 이곳 팽나무도 노비에서 해방된 웅보가 형제들과 함께
새끼내의 버려진 고수부지에서 핍박받는 운명을 개척할 때 겪었던 고난을 새끼내
건너편에서 죄다 지켜보았습니다.
제7장 ‘타오르는 강’의 무대가 된 영산강변의 나무들 2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