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5 - 나무이야기여행_1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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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야마을 입구 느티나무 숲정이, 길손을 반기다
전국에 걸쳐 봉황리는 8개가 있지만 봉황면은 나주가 유일합니다. 어찌하여
봉황(鳳凰)이라는 큰 지명을 얻게 되었는지, 그리고 마을 이름에 쇠붙이를 녹인다는 뜻의
철야(鐵冶)란 이름이 왜 생겼는지 궁금합니다.
철야마을의 지명은 이곳에서 철이 많이 생산되어 오랜 옛날에 제철업이 성행했으므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집니다. 철은 철기시대를 연 강한 금속이므로 철기문화를 바탕으로
강한 국가도 만들어 낸 세계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봉황이라는 큰 이름은 웬일로 감히 가져다 쓴 걸까요? 철야 마을 뒤로는
봉황의 명산인 덕룡산이 있으니 여기에서 유추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철천리 자연부락
정자 중에는 ‘덕룡정’ 현판을 걸어 놓은 곳도 있습니다. 큰 이름은 아무나 가지면 안
되는 것처럼 큰 지명은 아무 곳이나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이 한국민속문화에서 전해진
지혜입니다.
철야 마을 앞에는 평평한 너른 평야가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의 신작로인
국도 55선에서 마을로 진입하면 마을까지 주욱 직선길이 펼쳐져 있지요. 어쩐지 마을로
진입할 때 그 느낌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8월이라면 마을길로 들어설 때, 붉은 백일홍이
염천에 도열하여 맞아주니 아주 인상적이에요.
봄날이라면 마을로 들어서는 사람의 등 뒤로 금성청람이랄까 금성산의 맑은 기운이
뿜어내는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를 볼 수 있어요. 그리고, 5월이면 녹음방초라고 철야마을의
숲정이가 초록세상을 펼치니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마을에 다가갈수록 마을 입구 좌측에 형성된 숲정이의 지붕이 점점 더 높아집니다. 과연
이곳의 느티나무 군락은 명불허전이군요. 보호수 네 그루(15-4-13-5) 외에도 후계목
느티나무들의 수세도 대단합니다. 수령은 근 400살인데 둘레는 앞쪽에서부터 4.4, 4.5, 2.7,
4.2m가 되고 다른 느티나무도 합세하여 교목 숲으로서 손색이 전혀 없군요.
숲속 공간 자체가 편평하고 여유가 있어서 숲속에 들어가도 답답하지 않고, 그늘을
만들어 주는 녹음수 아래에서 신선한 음이온을 흡입하기 위해 긴 들숨을 들이쉬는 멋을
부릴 수 있습니다.
신록의 계절에 한낮 숲속의 세상은 치유의 명약이라고 할 수 있는 피톤치드가 넘치는
곳이니 녹색 처방을 내려주고 싶은 마음이군요. 한여름에도 지난 가을에 절로 떨어져
자연스레 쌓인 낙엽을 밟는 소리도 경쾌하니 아주 인상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뿐 아니라 숲에는 지석묘가 7~8기, 입석 1기, 숲을 예찬하는 비석 2기가 있어 뭔가
영혼이 깃든 숲이 범상치 않은 느낌이 들지만, 찾아가는 탐방객이라면 앉아서 쉬어가거나
제4장 봉황의 동네, 그리고 나주호의 동네 1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