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7 - 나무이야기여행_1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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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제일 정자라는 평도 듣고 있는 벽류정(碧流亭)은 시리도록 푸른빛의 맑은 물이
            흐르는 금천에 지었습니다. 그래서 나주들과 영산강가에는 많은 정자가 있어도 벽류정
            만한 곳이 없다고 말하지요.
               금천과 노거수 숲이 어우러진 색다른 동산 위의 벽류정은 멀리서 봐도 정겹고, 가까이서
            올라도 참으로 멋진 풍경입니다. 멀리서 벽류정을 보면 들판에 우뚝 솟은 숲정이가

            인상적이고 가까이서 보면 노거수들의 무대가 무척 우람합니다.
               너른 들판의 높은 정자는 원경을 감상하는 데 제격이어서 전남유형문화재 제184호로
            지정되었습니다. 14그루나 보호수로 지정되어 벽류정을 감싼 고목은 건립 당시에는
            정자목으로 심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는 당산목과 보목으로서 휴식공간을 제공합니다.
               벽류정은 세지면 벽류리를 관통하여 흐르는 양대 하천중 하나인 금천의 벽류교
            옆  가파른  동산에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어요.  동산  우측으로는  바로  벽류마을이
            이어지는군요. 높은 벽류정에서 바라보면 삼면이 잘 정돈된 문전옥답이고 북쪽은 숲이
            시야를 가립니다.
               금천이 항상 너른 평야를 촉촉이 적셔주니 수리안전답으로서 대대로 풍요를 구가해온

            것이 틀림없습니다. 하 늘에 작황을 맡기며 숨죽이고 살아오면서 기우제 같은 것을 모르고
            살아온 것도 짐작할 수 있군요. 그래서 갈대숲이 무성한 금천을 두고도 벽류천이라 부르고
            옛 조상들이 풍류를 즐긴 벽류정을 지었나 봅니다.
               녹음이 짙을 때 벽류정에 올라 바라보면, 주변의 푸른 옥답은 바람결에 물결처럼
            출렁이는 것이 장관이고 가을에는 추수를 앞둔 황금물결이 넘실대니 더욱 장관입니다.
            이렇듯 한여름 염천에는 산들바람도 시원한데 나주 제일의 정자라는데도 명성에 걸맞지
            않게 한가합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도 이러할진대 가을 추수의 계절에는 더욱

            설렁하지요.
               벽류정 아래  금천의 갈대밭엔 초여름에는 개개비 울음소리가 요란하고 벽류정 뒤편의
            대나무밭은 시원한 바람소리 청량하지만, 보통 때는 인적이 거의 끊긴 편입니다. 거목들이
            하늘을 덮는 그늘은 시원하기 이를 데 없으니 벽류정에 바라본 차경은 청풍명월이라고 할
            수 있지요. 반대로 주변에서 벽류정과 숲정이를 바라보는 경치도 한 폭의 그림을 연상하게
            됩니다.  벽류정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인데 1640년(인조 18) 김운해(金運海)가
            건립했고 그 이후에도 중수되었습니다. 정자 가운데의 방인 중재실은 온돌방이니 따뜻한
            구들을 이용하여 겨울 풍경도 관조했나 봅니다. 특이하게도 바깥 기둥은 둥근 기둥인데
            중재실 주변은 사각기둥을 사용한 게 특징이군요.

               원통과 사각기둥을 혼용한 동산 위의 정자는 주변 풍광과도 어울리고 그 자체도 균형
            잡힌 모양이 나주의 대표적인 정자답게 아름답군요.


                                                           제4장 봉황의 동네, 그리고 나주호의 동네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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