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2 - 나무이야기여행_18절
P. 242
거침이 없는 영혼을 담고 있지요. 흐르는 영산강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영산강의
물내음으로 자라는 영산강변의 영모정 숲정이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영모정의 숲정이에도
세 종류의 나무가 자유롭게 뒤섞여 불어오는 강바람을 맞으며 유유자적 자라고 있나
봅니다. 서로 배척하지도 않고, 서로 키를 재지도 않으며 강변의 자그마한 언덕을 공유하는
모습이 흐붓해 보이지요. 한편, 영산강은 널찍한 나주평야를 적시는 젖줄기이기 때문에
청동기시대부터 많은 사람이 모여 살았고 그들의 흔적은 고인돌과 선돌에서 찾아볼 수
있지요.
수많은 사람이 살다 간 영산강에는 무수한 전설과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데 근대사의
격변을 소설로 담아낸 걸작품이 있답니다. 문순태 작가의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은
영산강을 소재로 하는데 그가 오랫동안 문학적 역량을 다 기울여 혼신의 힘으로 집필한
소설이랍니다. 조선시대 말기의 격변기로부터 시작한 소설은 한국근대사의 격랑을 겪은,
이곳 강가에 살았던 민초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현재 나주에서는 지역행사에 살아 있는
노작가를 모시는 일이 흔히 있는 일이지요.
영모정의 숲정이 사이로 동쪽을 바라보면 영산강 건너편에 산의 모양이 후지산의
삼각형을 닮은 가야산이 보입니다. ‘타오르는 강’에서는 개산이라고 칭하는데 그 산 건너에
소설 속의 ‘새끼내’가 있어 소설의 무대가 되지요. 문순태의 작품무대가 영산강 줄기인만큼
지류인 새끼내 근처에 위치한 일제강점기의 일본 지주의 저택을 ‘타오르는 강 문학관’으로
만들고자 하는 논의도 활발하더니 드디어 제2의 문학관으로 출범했답니다.
이 영모정은 문과에 급제, 벼슬이 승지를 거쳐 경주부윤에 이르고 광주목사를 역임한
귀래정 임붕(1486∼1553)이 중종 15년(1520)에 지은 정자로서 처음에는 그의 호를 따서
귀래정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명종 10년(1555)에 후손이 다시 지으면서 영모정이라
이름을 바꾸었지요. 또한 임붕의 손자인 조선시대 명문장가 백호 임제가 시를 짓고 지역
명사들과 교류하였던 곳이지요. 건물은 앞면 3칸과 옆면 2칸 규모로,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입니다. 왼쪽 1칸은 온돌방, 오른쪽 2칸은 마루로
되어 있으며 비교적 오래전에 지어졌고 정자의 건축 규범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원래 건물은 정유재란(1597) 때에 소실되었는데 광해군 14년(1622)에 중건했으며 이후
누차 보수하여 오늘에 이르렀지요. 그리고 지금도 음력 10월 1일이면 이곳에서 나주임씨
대종중의 삭회가 열리고 있답니다.
여기 강폭은 상당히 넓은데 이곳의 영산강변은 예로부터 명승으로 그 이름이 알려져
산천유람을 하는 풍류객들의 발길이 잦았으며, 이 정자를 두고 읊은 시편들 또한 많이
전해져 오고 있어요.
2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