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5 - 나무이야기여행_1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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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계리는 남평읍에 속하기는 하지만 도회지의 분위기는 아닙니다. 따라서 이 곳의 세
            느티나무도 목가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자그마한 마을 안쪽에 자리잡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연유로 아직 보호수로 인정받지 못한 노거수입니다. 남석리의 드들강 솔밭유원지에서
            우산리의 세 느티나무를 보러 가는 길에 시간이 있으면 덤으로 보고 갈 정도입니다.
               남평읍 오계1리에 식재된 느티나무는 우선 그 풍채가 당당합니다. 농경지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모습이 다소 외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사방으로 가지를 활기차게 뻗은 형자(形姿)를
            이윽히 바라보노라면 점잖은 할아버지 한 분이 꼿꼿한 허리로 사방을 둘러보며 위엄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마을 입구 조금 못 미쳐 위치한 이 나무는 마을을 지키는
            수문장 같기도 하구요. 2m 높이의 장방형 흙무덤이 나무의 몸체 둘레를 에워싸고 있고, 그
            주위를 자연석으로 둘러 흙의 무너짐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상 5m 정도의 몸체 중앙의 가지가 자연 절단되어 서둘러 치료를 해야
            할 듯 합니다. 드들강을 바라보는 너른 들녘 한가운데에 외로이 서서 사방을 지켜보는
            오계1리의 느티나무는 가족을 지키는 헌헌장부의 모습 같기도 하고 먼 길 오는 자식을
            기다리며 동구 밖을 서성이는 어머니의 모습 같기도 하네요.

               자식들은 어머니 가슴에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이지요. 행주치마 앞자락에 쓱쓱 닦아
            건네주신 몽당 숟가락으로 자식은 열무김치에 보리고봉밥을 달게 비벼 먹는데, 등 돌린
            어머니는 달그락달그락 빈 숟가락 소리만 요란했지요. 어머니 밥그릇엔 겨우 바닥을 면한
            누룽지뿐이었거든요. 노두봉보다 높아 보이는 보리고봉밥에는 객지에 나가있는 자식 잘
            되기를 소망하며 보름달을 향해 손 비비는 어머니가 보이지요.
               필자가 취재를 떠난 날은 유난히도 칠팔월 뙤약볕에 더위가 심했는데요. 의연하게
            일꾼들 들밥을 차려내는 어머니의 정수리를 노거수의 우듬지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지아비 가슴팍처럼 검푸른 들녘은 햇빛을 받아 그들먹하게 벼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자식들만 배부르면 원도 한도 없다시던 어머니의 어깨 너머로 퍼 담은 고봉밥처럼 둥근
            머리 보름달이 환하게 떠올랐지요. 오계1리 노거수는 이제 보니 딱 그 같은 우리네
            어머니들 모습이네요.
               오계3리에는 느티나무 2그루(Ⅱ와 Ⅲ)가 마을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곳의 느티나무
            II는 마을 중심지인 주택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대부분의 정자나무들은 마을의
            입구에 위치하는데 이 나무는 마을의 중심에 육중한 몸을 틀고 있었습니다. 풍우나 폭설에
            전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삼각형의 2단 석축을 쌓아 보호하고 있었고, 식생환경은 좋은
            편이었습니다. 당산목은 으레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의 안녕과 화평을 위해 금줄을 두르고

            고사를 지내는데, 우리가 찾아간 나무에는 금줄은 없고 그늘 농사를 잘 지어낸 녹음 우거진
            거목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2장 옛 남평현 일대와 공동혁신도시 주변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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