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7 - 나무이야기여행_1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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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면 진천리는 2개의 구가 있는데 제2구에는 진동부락과 진서부락이라는 자연부락이
있습니다. 진천리는 영산강과 삼포강이 둘러싸고 있어 평야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지요.
300살이 넘은 회화나무라서 가슴높이 둘레가 아주 커서 3.5m나 되는데 지하고도
낮은 편이라 크나큰 두 가지가 양쪽으로 동등한 세력을 형성하는군요. 그러나 두 가지가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여 수형이 상부에서 반구형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어느 쪽에서
관망하더라도 수관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점은 남녘에서 불어오는 거센 태풍 탓인지
들판을 거침없이 불어오는 북풍 탓인지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한편, 북쪽으로 뻗은
가지가 더 높은 나무높이를 보이며 그 세력을 더 떨치다 보니 결국에는 혼자서 지지대에
의존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두 가지가 협력하여 아름다운 수형을 이루지 못한
것은 이리저리 바람을 피할 수 없는 너른 들판 한 켠에 홀로 서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겨지는군요. 경지정리지구 언저리에 위치하니 습한 공기를 받아 고목의 줄기에는 녹색
이끼가 짙게 끼었습니다. 특이한 현상이지요. 물론 햇빛을 받지 않는 북쪽 줄기에 음영을
활용하여 이끼가 사뿐히 내려앉았습니다. 산사의 고목이나 짙은 수림을 구성하여 햇빛이
들지 않는 노거수에는 생사불문하고 청정지역 나주 나무에 이끼가 잔뜩 끼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보사의 팽나무 보호수 줄기 전체를 뒤덮은 초록 이끼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나무의 이끼는 왠지 그 존재 자체가 낯설게 보입니다.
사통팔달 지형이라 바람이 어느 곳에서 불어와 어느 곳으로 갈지도 모르는 곳이라
통풍이 잘 되므로 이끼의 정착지로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이끼는 그곳에 있습니다. 더구나 밑동은 바람이 더 잘 치는 곳인데 왜 이끼인지
하여간 알 수 없는 일이에요. 여러 군데 외과수술도 받은 처지라 노쇠하여 면역력이 떨어진
탓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동구 밖 언덕도 없는 이곳 마을 입구에 홀로 서 있는 나무에서 괴이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노령화되어 가는 농촌 마을이라 인적마저 아주 뜸한 걸 이해는 하면서도 괜히
무서운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 나무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골이 깊은 옛기와로
팔작지붕을 한 건물을 보고 호기심이 들어 탐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왠지
입구에서부터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 삼강문이었습니다. 굳게 닫힌 붉은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강렬한 오방색으로 채색된 단청은 무섭기까지 했지요. 아니, 어찌 이런 시골에
쇠락하지 않은 큰 규모의 삼강문이 있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요. 홍살문 대문의 벽에
선명하게 그려진 매화, 난초, 모란 등은 외려 공포감까지 불러일으킵니다. 인적이 끊긴
곳이고 흔히 볼 수 없는 삼강문이라 숙연한 감정이 들어야 하는데 외려 으슥한 느낌마저
드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 현대인이 너무 과거의 전통과 민속에서 유리된
탓이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제5장 천연기념물이 있는 영산강변 하류 아랫동네 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