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3 - 나무이야기여행_1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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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호랑가시나무는 아주 소중한 나무입니다. 감탕나무과에 속하는 이 나무는
사시사철 푸른 잎을 자랑하는데 변산반도가 북방 한계선입니다. 즉, 추운 곳은 사양한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전남 남해안과 제주 서해안에서 자생한답니다. 그래서 귀하신
천연기념물로서 각별하게 보호받고 있는 이 나무는 온 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는 광주
양림동과 전북 부안 도청리에만 존재할 뿐입니다. 얼마나 값진 나무인지 짐작이 가지요?
호랑가시나무는 잎끝이 가시처럼 날카로워서 호랑이가 등을 긁는 데 사용한다고 해서
붙여진 그럴싸한 이름이에요. 그래서 호랑이등긁기나무, 묘아자나무라도도 불린답니다.
이곳의 호랑가시나무가 호랑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전설이나 설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렇다면 호랑이와 호랑(虎狼)가시나무가 연결된 고리는 아무래도 남쪽 아무
데서나 자생하는 호랑가시나무와 남도에도 서식했던 호랑이와의 만남이 있었던 데서
비롯되었을 겁니다. 사실 호랑가시나무는 요즘에야 세계적인 보호수종이 되었지만, 반세기
전만 해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땔감으로 사용되었던 값어치 없는 나무였답니다. 그
시절에는 호랑가시나무의 가치를 아무도 모르고 살았었지요.
호랑가시나무의 열매는 9·10월에 빨갛게 익는데요. 북풍한설 겨울철에 눈발을 수관에
이고도 기상을 잃지 않고 선홍색 빛을 띠어 관상수로서 제격이랍니다. 그리고 성탄절
장식으로도 많이 사용되지요.
아울러 크리스마스카드에도 흔히 등장하여 기독교 영향권에 사는 우리의 눈에 아주
익숙한 나무입니다. 한때 흔했던 성탄절 종이카드에도 포인세티아 붉은 잎과 더불어
호랑가시나무의 빨간 열매는 단골손님으로 등장했었지요. 디지털 세상에서도 그
상징성은 그대로 이어집니다. 한편, 빨간 잎과 열매는 기나긴 겨울 한철, 추운 북유럽에
사는 사람들의 움츠러드는 마음을 녹여주었어요. 이 나무는 꽃말이 가정의 행복, 그리고
평화이니까 서양인의 성탄 카드에 단골로 등장하는 의미와 부합합니다.
호랑가시나무는 서남해안, 특히 전남 해안이 원산지인데 크리스마스카드에 자주
등장하는 세상의 흐름, 즉 시류 때문에 외래종이라고 그냥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안타까운 일입니다. 오랜 기독교문화를 이어온 서양인들에겐 추운 겨울의 성탄절이
가족과 친지들끼리 모이는 최대의 명절이지요. 그런데 유럽인들은 호랑가시나무의 꽃말을
차용하여 자기네 나무처럼 사랑해 왔으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귀한 우리의 나무를 자신들의 신목(神木)으로 여기고 그런 엄숙한 문화를 발전시켜
갔습니다. 이 기간에 우리는 손도 놓고 있었으니, 그간 우리는 먹고살기에 바쁜 것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아야겠군요.
제5장 천연기념물이 있는 영산강변 하류 아랫동네 213

